도쿄 중심지에 위치한 황거 외원(고쿄가이엔)과 사쿠라다몬은 관광 명소이기도 하지만, 한국 근현대사와 직접 연결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이번 답사는 평범한 도쿄 여행이 아닌, 이봉창 의사의 의거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기록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사전 지식은 굽시니스트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 3권 – 일본 개항』을 바탕으로 준비했다.
도쿄 도심과 에도 시대의 조합
답사는 히비야 공원역(日比谷公園駅)에서 시작했다. 이 지역은 에도막부 시절 에도성의 외곽이었고, 지금은 ‘황거(皇居)’로 불리는 천황의 거처가 있다.
황거 외곽을 둘러싼 해자는 도시 한가운데 위치해 있음에도 매우 잘 보존되어 있다. 해자 규모는 도심의 강으로 착각할 만큼 넓고 깊다. 도쿄 시민들은 이 주변을 조깅 코스로 활용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경비가 삼엄하지만 접근 자체는 자유롭다.
사쿠라다몬 – 한국 독립운동의 현장
사쿠라다몬(桜田門)은 옛 에도성의 출입문 중 하나로, 막부의 실권자였던 이이 나오스케(井伊直弼)의 출퇴근 통로였다. 1860년 3월, 이이 나오스케가 이 문 밖에서 피습되어 사망한 사건, 즉 ‘사쿠라다문 밖의 변(桜田門外の変)’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일본 근대사의 향방을 바꾼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 문은 격동의 시대를 만든 사건이란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고즈넉하게 경시청 인근에 서 있다.
주변 건물은 현대화되었지만, 문 자체는 당시의 구조를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다.
이곳은 우리와도 역사적으로 관련이 깊다. 1932년 1월 8일,한인애국단 소속 이봉창 의사가 이 문 앞 도로에서 일본 천황 히로히토가 탄 마차를 향해 폭탄을 투척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천황을 암살하겠다는 이 의거는 실패했지만, 국제사회에 한국 독립운동의 존재를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고, 이어진 윤봉길 의사의 의거로까지 이어지며 중국 국민당의 임시정부 지지로 연결되었다.
고쿄가이엔
사쿠라다몬을 지나면 넓은 광장과 공원이 펼쳐진다. 이곳이 바로 황거 외원(고쿄가이엔)이다. 고층 빌딩 숲과 황거 사이의 공간이 뚜렷하게 나뉘며, 일본의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보이는 상징적인 장소다.
입장은 무료이고 시간 제한도 없어 도심 속에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하지만 천황이 거주하며 정치적 기능도 유지되는 곳이기 때문에, 황거의 정문은 외국 정상이 국빈 방문 시에만 개방된다.(무료 탐방 사전 신청 시 일반인도 출입 가능)
니주바시(二重橋) 다리와 사카시타몬(坂下門)도 함께 볼 수 있다. 특히 사카시타몬은 1862년 또 다른 습격 사건이 벌어진 곳으로, 막부 말기 일본 정치의 격동을 상기시켜주는 장소다.
느낀점
이봉창 의사의 의거는 우리의 독립운동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이 현장을 직접 걸어보며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현재의 공간에서 과거를 이해하는 눈’의 중요성이었다.
사쿠라다몬은 그저 오래된 성문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앞 도로에서 일어난 사건은 한국 근현대사의 큰 흐름을 바꿨다. 실제 현장을 방문함으로써 독립운동사가 글로만 남겨져 있는 게 아니란 걸 체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