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 당일치기 여행기 – 경기전과 풍남문을 걷다

전주 한옥마을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한국의 대표적 여행지로, 경기전과 풍남문 일대를 중심으로 깊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쉰다. 

조선왕조의 뿌리를 간직한 경기전, 수백 년을 버틴 돌과 나무가 어우러진 풍남문, 그리고 골목마다 배어 있는 한옥의 숨결은 여행자에게 고요한 감동을 안긴다. 

전주 여행은 그 장소의 시간성과 나의 내면을 겹쳐보는 여정이었다.

한옥마을의 풍경


전주행 고속버스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한두 마디 짧은 대화와 이어폰에서 새어나오는 음악 소리 사이로, 창밖의 논과 들이 뒤로 미끄러졌다.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한옥마을 입구에 내리니, 바람이 먼저 길을 알려줬다. 골목 안으로 깊숙이 스며든 가을 냄새였다.

한옥 지붕 위로 비껴든 햇살은 부드러웠고, 기왓장 사이로 내려앉은 먼지는 그 자체로 세월의 층이었다. 걸음을 옮기자 돌담과 처마가 차례로 인사를 건넸다.

마치 과거의 사람이 내 앞을 지나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카페와 기념품점 사이로 사람들이 분주히 오갔지만, 나는 조금 느리게 걸었다. 그 느림이야말로 이곳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방법이었다.

경기전은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 중심에서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모셔진 곳. 한 나라의 시작이 한 공간 안에 고요히 머물러 있었다.

고목과 단청, 그리고 붉은 기둥은 그 존재를 숨기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경내를 돌았다. 말없이 서 있는 전각과 오래된 나무 아래에 서 있으니, 문득 모든 것이 멈춘 듯했다. 역사는 언제나 현재보다 느리게 흐른다.

경기전과 풍남문

풍남문으로 향하는 길은 조용했다. 성문 아래 돌바닥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듯 마모되어 있었고, 풍남문은 조선시대 전주의 남문으로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그 앞에 멈춰 섰고, 돌에 손을 얹었다. 약간 차가웠지만, 그 감촉은 오래된 것의 흔한 감정이었다.

경기전에서 보았던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떠올랐다. 당시의 권위와 상징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았다.

성곽은 관광지의 일부가 되었고, 그 앞에서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나는 잠시 주변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흐르며 바뀐 것은 많았지만, 몇몇 장면은 여전히 제자리에 남아 있었다.

전주에서의 짧은 하루가 끝나갈 무렵, 다시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한옥마을의 골목을 나서는 길, 상점들은 하나둘 문을 닫고 있었고, 사람들의 발걸음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나온 길들을 조용히 되짚으며, 오늘 하루를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오래된 건물과 돌길,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한 장면들은 짧지만 선명했다. 

정보 요약

  • 위치: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한옥마을 일대

  • 운영시간: 경기전 09:00~18:00 / 한옥마을은 상시 개방

  • 입장료: 한옥마을 무료 / 경기전 3,000원 (중고생 이하 할인)

  • 가는 방법: 전주고속버스터미널 하차 → 전주가족회관 방향 도보 약 15분

  • 홈페이지: https://hanok.jeonju.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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