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여행기
황하강 72열사릉
아침부터 광저우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첫 일정으로 향한 곳은 숭평사학이었지만, 아쉽게도 문이 닫혀 있어 단체 기념사진만 찍고 발길을 돌려 진가사로 이동했다. 진가사는 도착하자 비가 거의 그쳤고, 여기는 마치 우리나라 서원처럼 조상을 모시고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라고 한다.
정원이 특히 아름다워 어떤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도 멋지게 나왔고, 전시실에는 상아로 만든 섬세한 작품들이 있었다. 일행 중 “이 정도면 코끼리도 죽은 걸 후회하지 않겠다”라고 농담해 모두가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 정도로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다음 행선지는 황화강 72열사릉원이었다. 처음엔 이름만 듣고 황화라는 강에서 벌어진 사건인가 싶었지만, 알고 보니 신해혁명 이전에 벌어진 무장봉기였다.
내부 배신으로 72명의 혁명가가 희생되었고, 이들의 이념을 기리기 위해 릉원이 조성되었다고 한다. 청나라의 붕괴와 현대 중국의 형성에 중요한 밑거름이 된 사건이라 한다.
손중산 기념관
점심 식사를 마친 후에는 손중산 기념관을 찾았다. 처음에는 ‘손중산’이 누구인지 잘 몰랐지만, 전시관에 들어서자 쑨원의 사진이 보였다. 손중산이 바로 쑨원의 중국식 이름이었다.
쑨원이 국민당의 정신적 지주이자 대만과 연결된 인물로만 알고 있었는데, 중국에서도 신해혁명의 업적을 인정하는 건 대만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웅장한 기념관과 동상을 세울 수가 없었을 것이다. 기념관을 나올 무렵 비가 다시 쏟아졌고, 버스로 남월왕릉으로 향했다.
남월왕릉은 남월왕의 무덤이지만, 한나라 초기의 정책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였다. 진시황 사후 잠시 혼란기가 찾아왔고, 그 속에서 지금의 광둥성 일대에는 월의 후예들이 남월국을 세웠다.
한나라의 유방이 패권을 잡은 뒤에도 이들은 존속할 수 있었고, 왕이 스스로 황제를 칭했지만 한은 이를 간섭하지 않았다. 그런 남월국 왕의 무덤이 바로 이곳 주인공이었다.
성심천주교당
이후 방문한 성심천주교당은 이 지역 최초의 성당이자 포교 중심지로, 오래된 외관보다 중국 현지인들과 사진을 찍고 교류한 추억이 더 오래 남았다. 처음보는 중국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것도 신기했고, 재미도 있었다.
마지막 일정은 한인타운에서의 삼겹살과 소주 저녁식사였다. 며칠간의 중국 음식 뒤에 맛본 한국 음식은 유난히 맛있었다. 소주를 많이 마셔 술에 취한 일행들이 속출했고, 룸메이트까지 취해 주변 사람들이 고생하기도 했다.
식사를 마치자 폭우가 쏟아졌고, 흠뻑 젖은 채 버스에 올라타니 가이드까지 취해 모든 사람이 웃음짓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렇게 광저우에서의 일정도 유쾌하게 마무리됐다.
여행 정보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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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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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방문지: 숭평사학, 진가사, 황화강 72열사릉원, 손중산(쑨원) 기념관, 남월왕릉, 성심천주교당, 광저우 한인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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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각 장소별 상이(박물관·릉원·기념관 보통 09:00~17:00, 성당·사찰은 일부 시간대만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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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 황화강 72열사릉원·성심천주교당 무료, 남월왕릉·손중산 기념관은 소액 유료(10~20위안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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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방법: 광저우 시내에서 지하철·버스·택시 이용 가능, 주요 관광지는 서로 거리가 멀어 단체 이동이 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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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포인트: 광저우 혁명 역사 체험, 남월국 유적, 중국-유럽 건축 문화 교차점, 현지인과의 교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