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만난 ‘고구려’, 사이타마 고마신사(고려신사) 당일치기 여행기

 

고마신사

고마신사, 일본 속의 고려 흔적

도쿄에서 전철로 두 시간을 달리면 사이타마현 히다카시 JR 고마가와역에 도착한다. 이곳에 자리 잡은 고마신사(高麗神社)는 이름부터 낯설지 않다.

‘고려(高麗)’라는 지명이 지금도 남아 있고, 신사 입구에 들어서면 도리이가 길게 이어지며 방문객을 맞는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이름 때문만은 아니다. 고구려 멸망 후 일본에 건너온 유민들을 이끌었던 인물, 약광(若光)을 주신으로 모시는 신사이기 때문이다.

고마신사 경내에는 약광을 중심으로 세 인물이 함께 제사되고 있었다. 안내판에는 그를 ‘고려왕 약광’이라 칭하고 있었지만, ‘왕’이라는 호칭은 실제 사료에 근거하기보다는 후대 전승 속에서 형성된 존칭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속일본기》에는 8세기 초 고구려 유민들이 무사시 지역에 배치되어 ‘고마(高麗)’라는 이름으로 정착하게 되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약광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신사 전승 등에서는 약광이 유민들의 지도자라는 내용이 남아있으며, 이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후대에 신사의 주신으로까지 모셔지게 된 것이다.

‘고려왕 약광'의 위상

고려왕 약광의 고마신사

고마신사가 더욱 유명해진 것은 근대 이후다. 참배한 일본 정치인 중 무려 여섯 명이 총리에 오른 일화가 전해지면서 ‘출세명신(出世明神)’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지금도 매년 약 40만 명 이상이 이곳을 찾아 성공과 출세를 기원한다. 경내에는 참배객들이 남긴 소원 패가 빼곡히 걸려 있었다.

나 역시 본전 앞에 서서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고구려 유민들이 이 땅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갔던 마음을 떠올리며, 나 또한 작은 소망을 빌었다. 도리이를 지나 돌아 나오는 길, ‘고려’라는 두 글자가 일본 땅에 지금도 살아 있다는 사실이 더욱 묘한 울림을 주었다.

고마신사는 단순한 전승을 넘어, 일본 속에서 고구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장소다. 작은 기록 한 줄이 수백 년 전 유민들의 삶을 비추고, 지금도 신사 앞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이어 주고 있었다.

여행 정보 요약

  • 주소: 일본 사이타마현 히다카시 니부리 833 
  • 주요 참배 가능 시간 (社務所 운영 시간): 8:30 ~ 17:00
  • 입장료: 무료
  • 가는 방법: 

    JR 고마가와역에서 

    도보 약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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