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 키타노이진칸 여행: 개항의 흔적과 고베규의 역사

키타노이진칸_모에기관

고베 '키타노이진칸'은 메이지 유신과 일본 개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외국인 거류지다.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며 만나는 이국적 건물들은 과거 서양과의 접점을 고요히 증언한다. 고베규의 기원도 이곳 개항지의 역사와 맞닿아 있어, 미식과 역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여행지로 손꼽힌다.

고베 개항의 중심, 언덕 위 외국인 거류지

JR 산노미야역에서 도보 15분,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고베항 북쪽에 위치한 ‘키타노이진칸(北野異人館)’ 거리와 마주하게 된다. ‘키타노’는 북쪽 들판, ‘이진칸’은 외국인의 집이라는 뜻으로, 고베가 개항한 이후 서양 각국의 외교관과 상인이 거주했던 구역이다. 고베는 1858년 안세이 5개국 조약에서 개항이 약속된 도시 중 하나로, 1868년 메이지 유신과 함께 실제 개항이 이뤄졌다.

이 지역은 언덕길을 따라 유럽풍 건축물들이 줄지어 있어, 일본 속 작은 유럽이라 불린다. 가장 유명한 건물 중 하나는 ‘풍향계의 집’으로, 고딕풍 지붕 끝 풍향계가 상징적이다. 현재는 내부 공사로 출입이 제한될 수 있으나, 외관만으로도 상징성을 지닌다. 인근의 ‘모에기관’은 1903년 미국 총영사의 저택으로 지어졌으며, 정원 한쪽에는 고베 대지진 당시 떨어진 굴뚝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역사적 교육 공간으로도 기능한다.

이진칸 체험 동선과 고베규로 보는 고베 개항의 흔적

‘이진칸우로코그룹’이 운영하는 주요 이진칸은 위쪽에 4곳, 아래쪽에 4곳으로 나뉘어 있다. 입장료는 개별 800~1,050엔 선이며, 통합 패스권을 이용하면 가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언덕 상단부는 정원과 외관이 아름다운 건축물 위주로 정적이고, 하단부는 미술관과 테마관 형태로 구성되어 비교적 체험적이다.

하단부 ‘벤의 집’은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된 전시관이며, ‘요칸 나가야’는 3차원적 예술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영국관’은 셜록홈즈 콘셉트로 조성되어, 의상 체험이 가능한 흥미 요소를 제공한다. 지진 당시 피해와 복구 과정을 전시한 ‘라인의 관’은 무료로 입장 가능하며,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고베규는 고베 개항 이후 서양인의 입식 문화와 함께 정착한 대표 미식 콘텐츠다. 일본 최초의 근대식 도축장이 고베에 설립되었고, 이로 인해 고베규라는 브랜드가 형성되었다. 특히 개항 직후 외국인들이 실제 거주했던 키타노이진칸 일대는 서양 문화와 생활양식이 자연스럽게 유입되었던 중심지였다. 고베규는 단순한 소고기가 아닌, 이진칸 지역에서의 서양 문물 수용과 식문화 변화의 상징으로, 개항과 근대화의 산물이며 도시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이번 여행을 통해 고베는 단순히 근대화된 항구 도시가 아닌, 역사와 일상이 교차하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이진칸의 벽돌 하나, 고베규 한 점 속에도 시대의 흔적이 배어 있다. 개항의 시간은 박물관 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오늘을 사는 우리와 여전히 맞닿아 있었다.

정보 요약

  • 위치: 일본 효고현 고베시 주오구 키타노초
  • 운영시간: 각 이진칸마다 상이하나 대체로 9:30~18:00
  • 입장료: 개별 400~1,050엔 / 통합패스권 있음
  • 가는 방법: JR 산노미야역에서 도보 약 15분
  • 홈페이지: www.kobeijinkan.com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