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포산 여행기 : 황비홍 기념관과 캉유웨이·양계초 고거

무술과 역사의 현장 – 광저우·포산 여행기

황비홍 불산조묘와 사자춤 공연

황비홍의 불산조묘

여행 다섯째 날은 광둥 지역의 무술과 역사 인물을 기념하는 장소들을 차례로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포산의 황비홍 불산조묘다. 영화로도 유명한 황비홍의 흔적을 담은 이곳은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 안에 무술 관련 유물과 그의 삶을 보여주는 전시품들이 가득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포산 사자춤 공연이었다. 단순한 관광 공연이 아니라,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무술과 민속이 결합된 의식이었다.

화려한 색의 사자 탈이 북과 징 소리에 맞춰 역동적으로 움직였고, 순간순간 곁들여지는 무술 동작은 마치 살아 있는 사자가 춤추는 듯한 생동감을 주었다.

관객 쪽으로 다가와 고개를 끄덕이며 장난을 치는 장면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고, 아이들은 즐겁게 따라 웃었다. 황비홍이 강조했던 무덕(武德) 정신이 그대로 살아 있는 듯한 공연이었다.

기념관 주변의 정원도 잘 꾸며져 있어 잠시 산책을 하며 전통 건물과 어우러진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햇살을 받은 기와지붕과 붉은 기둥은 유난히 선명했고, “아, 내가 지금 중국에 와 있구나” 하는 실감을 깊게 안겨주었다.

청말 개혁가 캉유웨이 고거

점심 이후에는 캉유웨이 고거를 찾았다. 아쉽게도 점심시간이라 내부까지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밖에서 본 고거의 규모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전통 기와지붕 아래 길게 이어진 행랑채와 여러 개의 중정(中庭)이 어우러진 모습은 단순한 가정집이라기보다 작은 저택 같은 위엄을 풍겼다.

캉유웨이는 변법자강운동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사상가로, 그가 살았던 집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당시의 시대적 무게가 느껴졌다. 내부 전시를 자세히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역시 청 말 개혁파를 대표했던 인물의 집은 달랐구나” 하는 감흥은 깊게 남았다.

양계초 고거와 기념관

양계초고거와 기념관

이어 방문한 곳은 양계초 고거와 기념관이었다. 이곳은 내부 관람이 가능해, 높은 대청과 넓은 마당을 직접 걸어볼 수 있었다.

전시실에는 양계초가 집필했던 저작물의 복제본, 사용했던 가구, 그리고 개혁과 혁명을 논했던 지식인들의 모임을 재현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었다.

비록 설명은 대부분 중국어라 세세히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전시 공간의 분위기만으로도 양계초가 어떤 고민을 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기념관 한쪽 벽면에 걸린 그의 글귀와 초상 앞에 서니, 마치 근대 중국의 고민 한가운데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라를 구하려는 열망과 새로운 질서를 향한 고민이 고스란히 전해져 와, 피곤했던 몸도 잠시 잊을 정도였다.

여행을 마치며

이날 일정은 광저우와 포산의 역사 유적지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무술과 민속이 결합된 황비홍 기념관의 사자춤, 그리고 청말 개혁가들을 기념하는 캉유웨이·양계초 고거는 모두 근대 중국의 정신과 사상을 상징하는 장소였다.

중국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현장에서 느낀 감흥은 크지 않았지만, 돌아보니 “조금 더 공부하고 왔더라면 훨씬 풍부한 여행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다음에 다시 중국을 찾게 된다면, 꼭 중국 근현대사에 대해 꼼꼼히 공부한 뒤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오늘보다 더 깊이 있는 시선으로, 이 땅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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